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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bal Daily Economy

인텔이 애플 칩을 만든다고? 주가 14% 급등의 진짜 의미와 삼성에 미치는 영향

by DE 데일리경제 2026. 5. 10.

TSMC가 10년간 독점해온 자리에 균열이 생겼다. 그 틈새를 노리는 건 인텔과 삼성전자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인텔이 14% 오른 이유

미국 증시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인텔 주가가 하루 만에 13~14% 폭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같은 날 삼성전자 주가도 국내에서 14% 가까이 뛰었다.

이 두 회사의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린 것은 단 하나의 뉴스였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내용인데, 요약하면 이렇다.

"애플이 아이폰과 맥에 들어가는 핵심 칩 생산을 인텔,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줄짜리 뉴스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 안에서는 이게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다.


왜 이게 그렇게 큰 뉴스인가

지금까지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 들어가는 핵심 칩(A시리즈, M시리즈)은 사실상 100% 대만 TSMC에서 생산했다. 2015년부터 약 10년 동안 이 구조는 굳건하게 유지됐다.

TSMC가 워낙 기술력이 앞서 있어서 애플 입장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전까지 애플 칩을 만들었지만, 수율(제대로 된 칩이 나오는 비율) 문제로 결국 계약을 잃었다. 그 이후 TSMC의 독주가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공고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애플이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급 부족 문제다. AI 열풍으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TSMC에 첨단 칩 생산을 맡기면서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애플도 원하는 만큼 물량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제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TSMC는 대만에 있다.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생긴다면? 애플의 핵심 칩 공급이 한순간에 끊길 수 있다. 2023년 미국 CIA가 기술 기업 임원들에게 이 위험성을 직접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삼성과 인텔, 각자의 승부수

애플의 협의 대상이 된 두 회사는 처지가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게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 기회다. 지금까지 삼성 파운드리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고전해왔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새 공장을 짓고 있고,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물량의 10%만 따내도 연간 3조 5천억 원의 추가 매출이 생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상징성이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인 애플이 삼성 공장에 물량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다른 글로벌 고객들에게 강력한 신뢰 신호가 된다.

인텔 은 지금 회사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중이다. 원래 칩을 설계하고 직접 만드는 회사였는데, 이제는 남의 칩도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 지원도 받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인텔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기업인 인텔에 물량을 맡기면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


현실적인 변수: 아직 초기 단계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 협의는 초기 단계다. 계약이 성사된 것도 아니고, 실제 발주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애플이 삼성이나 인텔과 계약을 맺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가장 큰 건 수율이다. TSMC는 오랜 경험으로 불량 없이 고품질 칩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 부분에서 TSMC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삼성 텍사스 공장의 2나노 공정 수율을 확인하는 2026년 하반기가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 뉴스에 이렇게 크게 반응한 이유는, 이 협의 자체가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꽁꽁 닫혀 있던 문이 조금이라도 열린 것만으로도 시장은 흥분한다.


한국 투자자라면 뭘 봐야 하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가동 일정과 수율 뉴스가 핵심이다. 하반기 본격 가동 이후 애플과의 기술 검증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주가에 큰 영향이 올 수 있다. 또 애플이 공급업체를 최소 2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향이 확실하다면, 설령 삼성이 아닌 인텔이 먼저 수주를 따더라도 그게 파운드리 시장 전체의 구조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삼성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마무리

10년 동안 아이폰 칩을 독점 공급해온 TSMC의 성벽에 균열이 생겼다. 아직 무너진 건 아니지만, 애플이 대안을 진지하게 찾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코스피에도, 나스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